분위기 있는 카페 인테리어
2022년 말, 국내 커피 전문점이 10만 개를 돌파했다. 통계청의 ‘2022년 서비스업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커피 전문점 사업체 수는 10만 729개로, 편의점 점포 수가 약 5만 5천 개인 것으로 미루어 보아 국내 커피 시장 규모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그도 그럴 것이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의 조사 결과, 2023년 국내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405잔으로, 전 세계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 152잔 대비 두 배 이상 높았다.
이제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단순 유행으로 치부할 수 없어 보인다. 커피와 카페, 이것은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문화다.
‘예카’, ‘분좋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는가? ‘예쁜 카페’와 ‘분위기 좋은 카페’의 줄임말로, ‘감성 카페’를 뒤잇는 신조어다. ‘카공(카페에서 공부)’ 또한 학생들 사이에서 이제는 익숙한 단어가 되었다. 대개 신조어는 그 시대의 문화를 담고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예쁘고 분위기 좋은 카페, 공부하기 좋은 카페가 요즘 카페의 트렌드인 것이다.
이제 카페는 단순히 음료를 즐기는 곳이 아니다. ‘공간 자체’를 소비하는 곳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카페에 가는 대부분의 목적이 카페라는 ‘공간’을 향유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쁜 카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조용히 공부를 하거나 업무를 보는 사람들, 책을 읽으며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카페에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속에서 커피와 디저트는 주인공이 아니다. 손쉽게 일상에서 벗어나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주는 곳, 그것이 바로 요즘 카페의 의미다.
카페를 선택함에 있어 분위기와 비주얼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하게 된 데에는 SNS의 영향이 크다. 소위 말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SNS를 기반하여 ‘감성 카페’가 유행하게 되면서, 예쁘고 특색있는 디저트를 판매하거나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카페들이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SNS에 사진을 공유하고 일상을 기록함으로써 자신의 취향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 하나의 문화가 되면서, 일명 ‘감성 사진’을 찍기 위해 카페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요즘은 SNS를 타고 삽시간에 유명해지는 가게가 많고, SNS에서 해시태그 검색을 통해 카페를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SNS는 소비자와 카페 점주 모두에게 중요해졌다.
감성 카페의 인기가 한창이던 때,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SNS 속 인기에 힘입어 가격은 비싼데 양이 적거나, 자리가 불편하고 서비스가 불친절한 카페들이 등장하면서 일명 ‘감성 카페 갑질’과 관련한 소비자들의 경험담이 인터넷을 달구기도 했다.
코미디 프로그램 SNL에서는 감성 카페의 도가 지나친 문제점들을 풍자하면서 주인이 왕이 된 상황을 담고 있는 ‘나가주세요’라는 밈까지 탄생시켰다. 많은 사람들이 이에 공감하고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논란이 되던 카페들은 하나둘씩 사라져 갔다.
또한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단순히 감성만을 내세우는 카페를 찾는 것이 아닌, 현명한 소비를 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카페를 고르는 기준이 높아지고 복잡해졌는지는 몰라도, 사람들은 여전히 ‘예쁘고, 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기 바쁘다. 그러나 맛 이외에 또 다른 목적이 더해졌을 뿐, 본질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더욱 풍부한 경험을 추구하게 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소중한 사람과의 시간, 그리고 일상 속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찾은 여유를, 이왕이면 조금 더 만족스러운 곳에서 보내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공간으로서의 경험이 중시되는 카페 문화, 이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문화다. 단순 커피 전문점에서 출발하여, 사람들이 모여 소통하는 하나의 ‘문화 공간’을 탄생시킨 우리야말로 진정한 문화인이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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